영화 <브루탈리스트>, 건축미와 영상미의 정수

이 영화는 브래디 코베 감독이 연출한 시대극 드라마로, 그의 독특한 연출 스타일과 깊이 있는 스토리텔링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최근 예매율이 점점 높아지며 관객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제목 ’브루탈리스트(The Brutalist)’의 의미

잘 모르는 사람의 입장에사 영화의 제목이 다소 난해하고 어려울 것 같습니다. ‘Brutalist’라는 단어는 영어에서 ‘잔인한(brutal)’이라는 의미와 유사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건축 스타일에서 유래한 용어입니다. 블루탈리즘은 20세기 중반에 등장한 건축 양식으로, 거친 콘크리트 질감과 직선적인 디자인을 특징으로 합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빠르고 효율적인 건축 방식이 요구되면서 등장한 이 스타일은 실용적인 개념을 바탕으로 합니다. 대표적인 예로는 프랑스의 유니테 다비타시옹(Unité d’Habitation), 영국의 바비칸 센터(Barbican Centre) 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단순히 건축 스타일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브루탈리스트>라는 제목이 영화에서 의미하는 바는 훨씬 더 깊고 다층적입니다. 이처럼 단순한 건축 용어를 넘어, 주인공의 삶과 시대적 상황을 함축적으로 담아낸 의미 있는 제목입니다. 결국, ‘브루탈리스트’란 단어는 단순한 디자인적 요소가 아니라, 주인공이 처한 현실과 감정을 상징하는 강렬한 메타포인 것입니다.

주인공 라즐로, 그는 누구인가?

영화 <브루탈리스트> 의 주인공 ‘라즐로 코바치(László Kovács)’는 헝가리 출신의 건축가입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후 혼란한 유럽을 떠나 미국으로 이주하며 새로운 삶을 개척하려 합니다. 하지만 그가 마주하는 현실은 전혀 기대했던 것과 다릅니다. 라즐로는 천재적인 건축가이자 예술가적 기질을 가진 인물로, 실용적인 브루탈리즘 건축 양식을 추구합니다. 브루탈리즘은 거칠고 단순한 외형 속에서도 강한 철학을 담고 있는 스타일입니다. 라즐로는 헝가리에서부터 건축가로서의 재능을 인정받지만, 전쟁과 정치적 불안정으로 인해 자신의 꿈을 펼칠 기회가 없습니다. 그는 미국이라는 새로운 땅에서 건축가로서의 성공을 꿈꾸며 아내와 함께 이주합니다. 자신의 이름조차 제대로 발음되지 않는 미국 사회에서, 그는 자신의 건축 철학을 인정받기가 쉽지 않습니다. 오히려 기존의 미국식 건축 양식과 충돌하며, 고집스럽다는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미국은 기회의 땅이지만, 동시에 경쟁이 치열한 곳입니다. 이민자 출신의 건축가에게 주어진 기회는 많지 않으며, 라즐로는 점점 경제적 어려움에 처합니다. 그는 건축가로서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지만, 현실은 그에게 타협을 강요합니다. 그는 콘크리트와 직선적인 구조를 중요시하는 건축 철학을 가졌지만, 미국 사회는 더 화려하고 장식적인 건축을 선호합니다. 예술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그는 돈을 벌기 위해 자신의 철학을 희생해야 할 상황에 놓입니다. 그는 점점 자신이 꿈꾸던 것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자신의 삶을 보며 괴로워합니다. 그의 이야기는 곧 이상과 현실 사이의 끝없는 갈등을 담고 있으며, 이는 곧 그 시대를 살아갔던 많은 이민자들의 이야기와 맞닿아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그의 내면은 점점 단단해지지만, 동시에 차가워집니다. 영화는 그의 감정 변화를 매우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그의 건축 철학이 미국 사회에서 쉽게 인정받을 수 있을까요?

<블루탈리스트>, 관람 포인트

1. 예술과 현실의 경계에서 펼쳐지는 깊이 있는 이야기
이 영화는 단순한 건축 영화가 아닙니다. 이 작품은 이민자, 예술가, 그리고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갈등하는 한 인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단순한 개인의 성공담이 아니라 이민자의 정체성, 사회적 차별, 그리고 예술과 현실 사이에서의 갈등을 다룹니다. 라즐로가 처한 상황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사회적 문제와 연결됩니다. 그는 예술적 신념을 지킬 것인지, 현실과 타협할 것인지 선택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관객들은 자신의 삶과 연결된 고민을 하게 됩니다.

2. 24개국에서 촬영된 장대한 스케일의 영상미
이 영화는 24개국에서 촬영된 압도적인 로케이션으로도 유명합니다. 건축을 다루는 영화답게, 화면 하나하나가 마치 예술 작품처럼 연출되었습니다. 브루탈리즘 건축과 영화적 미장센을 활용하여, 거칠고 단순하지만 강렬한 이미지를 전달합니다. 이 작품은 뉴욕, 헝가리, 프랑스, 이탈리아 등 다양한 도시에서 촬영되었으며, 각 도시의 건축물들이 주인공의 심리와 영화의 분위기를 극적으로 표현합니다. 흑백과 컬러의 대비, 대칭적인 구도, 극단적인 조명 사용 등이 영화의 비주얼을 더욱 극대화합니다. 라즐로가 뉴욕에서 좌절하는 장면에서는 거대한 회색빛 빌딩들이 그의 외로움을 강조합니다. 반면, 과거 헝가리에서의 회상 장면은 따뜻한 색감과 부드러운 조명을 사용하여 대비를 주기도 합니다.

3. 애드리언 브로디의 섬세한 연기와 몰입감
이 영화에서 배우 ‘애드리언 브로디‘는 주인공 라즐로 코바치 역을 맡아, 그의 고뇌와 감정을 완벽하게 연기합니다. 브로디는 이미 <피아니스트>에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연기파 배우로, 이번 영화에서도 깊이 있는 연기로 극찬을 받고 있습니다. 애드리언 브로디는 건축가이면서도 현실에 치여 점점 변해가는 라즐로의 모습을 섬세하게 연기합니다. 그의 눈빛, 손짓, 무표정한 얼굴 속 감정의 변화가 관객들에게 깊은 몰입감을 제공합니다. 라즐로가 건축 철학을 지키기 위해 고객과 대립하는 장면에서, 그의 속상하지만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눈빛은 단순한 대사보다 더 큰 감정을 전달합니다. 또한 조연진도 강력한데, 펠리시티 존스(Felicity Jones), 가이 피어스(Guy Pearce) 등이 출연하여 극의 몰입도를 높입니다.

4. 215분의 러닝타임과 15분의 인터미션
이 영화는 ’215분(3시간 35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을 가졌지만, 감독의 의도에 의해 중간 15분의 인터미션(휴식시간)이 주어집니다. 이 영화는 한 개인의 수십 년간의 삶을 다루기 때문에, 관객들이 인터미션을 통해 감정을 정리하고 다시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합니다. 영화 속 연출 방식이 단순한 전개가 아니라, 마치 건축을 설계하듯이 각 장면이 쌓여가는 방식이기 때문에 몰입감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배경, 건축, 연기, 음악 등 여러 요소들이 어우러져 한 편의 거대한 예술 작품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만약 당신이 <인터스텔라> 같은 서사가 깊은 영화를 좋아한다면, 이 영화의 천천히 쌓여가는 감정선과 긴 여운을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영화는 한 개인의 삶과 예술, 그리고 시대적 배경이 어우러진 깊이 있는 작품입니다. 건축을 몰라도, 이민자의 삶을 경험하지 않았더라도, 우리 모두가 살아가며 고민하는 선택과 갈등을 담고 있기 때문에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과연 어떤 결말을 맞이할까요? 극장에서 직접 확인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