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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브루탈리스트>, 건축과 인간의 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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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솔라우 2025. 2. 23.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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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브루탈리스트'는 브루탈리즘 건축을 매개로 한 이민자 건축가의 삶과 내면을 다룬 시대극 드라마입니다. 애드리언 브로디의 깊은 연기, 24개국 로케이션, 감정의 건축처럼 쌓아가는 연출이 어우러져 예술과 현실을 아우르는 강렬한 감동을 선사합니다.


'브루탈리스트'란 무엇인가: 건축에서 삶으로 확장된 개념

영화 '브루탈리스트'는 제목부터 궁금증을 자아냅니다. '브루탈리스트(The Brutalist)'라는 단어는 자칫 '잔혹한'이라는 의미로 오해되기 쉽지만, 실제로는 20세기 중반 유럽에서 시작된 건축 양식을 의미합니다. 브루탈리즘은 프랑스어 ‘béton brut’(노출 콘크리트)에서 유래된 말로, 장식보다 구조적 기능과 소재의 질감에 집중하는 건축 철학을 뜻합니다. 회색빛 콘크리트, 투박한 직선 구조, 기능주의적 미학은 이 양식의 특징입니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는 이 건축 양식이 주인공 라즐로의 삶 전체를 관통하는 상징으로 사용됩니다. 주인공은 브루탈리즘 건축처럼 냉정하고 단단한 사회에 자신을 맞추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감정이 침식되고 내면이 굳어지는 과정을 겪습니다. ‘브루탈리스트’라는 단어는 곧 하나의 건축 철학이자, 시대적 조건과 인간의 내면을 응축한 메타포로 기능합니다. 영화는 물리적인 건축물을 통해 감정과 정체성의 균열을 드러냅니다.

주인공 라즐로, 이민자의 눈으로 바라본 미국

'브루탈리스트'의 중심인물인 라즐로 코바치(László Kovács)는 헝가리 출신의 건축가로, 전쟁 이후 혼란스러운 유럽을 뒤로하고 미국에서 새로운 삶을 꿈꿉니다. 그러나 이민자로서 그가 마주한 현실은 이상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뛰어난 재능과 독창적인 건축 철학을 가졌지만, 낯선 언어와 문화, 그리고 제도적인 장벽 속에서 그는 끊임없이 좌절을 겪습니다. 라즐로는 미국식 건축의 화려함과 시장성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신의 철학을 지키기 위해 끝없는 싸움을 벌입니다. 하지만 그 고집은 종종 오만으로 받아들여지고, 생계를 위한 타협을 강요받습니다. 그가 설계한 콘크리트 건물들은 단순한 형태의 실험이 아닌, 신념의 투영체이며 동시에 고립과 냉소의 벽이기도 합니다. 영화는 라즐로가 외부 세계와 단절되며 점차 감정적으로 메마르게 변하는 과정을 섬세하게 보여줍니다.

다큐멘터리를 닮은 미장센, 24개국을 누빈 예술적 영상미

'브루탈리스트'는 건축과 인간을 다룬 영화답게 시각적 측면에서도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이 작품은 무려 24개국에서 촬영되었으며, 각 도시의 건축 양식과 풍경이 주인공의 감정 상태와 긴밀하게 연결됩니다. 프랑스의 콘크리트 아파트, 뉴욕의 삭막한 고층 빌딩, 헝가리 시골 마을의 따스한 풍경까지, 각각의 공간은 장면 자체가 하나의 미장센이며, 인물의 내면을 설명하는 무언의 대사입니다. 영화는 흑백과 컬러, 광각과 클로즈업을 교차 활용하며 시청자의 몰입감을 끌어올립니다. 특히 라즐로가 무력감을 느끼는 도시에서는 단조로운 회색 톤과 비대칭 구도를 활용하여 시각적 불안감을 유도합니다. 반면 고향을 회상하는 장면에서는 따뜻한 채도와 부드러운 조명을 사용하여 감정적 회복을 유도합니다.

애드리언 브로디의 눈빛이 말하는 감정의 언어

배우 애드리언 브로디는 이번 작품에서 또 하나의 인생 연기를 선보입니다. 그는 이미 영화 '피아니스트'를 통해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배우로, 이번에도 그와 비슷한 결의 인물을 연기합니다. 그의 라즐로는 많은 말을 하지 않지만, 눈빛과 침묵으로 감정을 전달합니다. 특히 고집스럽게 고객과 마찰을 빚는 장면이나, 자기 건축물이 외면받는 순간의 표정은 관객에게 말 이상의 메시지를 던집니다. 브로디는 고독, 분노, 절망, 집착, 애정을 대사보다 행동과 리듬으로 보여주는 배우이며, 이 영화에서 그의 내면 연기는 극의 핵심을 형성합니다. 긴 러닝타임 속에서도 브로디의 연기는 끊임없는 집중력을 유지시키는 원동력으로 작용합니다.

긴 러닝타임 속 깊어지는 여운, 건축처럼 쌓아 올린 감정

러닝타임 215분. 이 수치는 관객에게 결코 가볍지 않은 선택입니다. 하지만 '브루탈리스트'는 이 시간을 견디게 만드는 치밀한 서사와 설계를 갖추고 있습니다. 영화는 한 개인의 삶을 건축하듯이, 장면마다 의미를 쌓아 올리며 거대한 감정의 구조물을 만들어냅니다. 중간에 15분의 인터미션이 포함된 것도 독특한 장치입니다. 영화는 급격한 전개보다는 천천히 축적되는 감정의 리듬을 따르며, 시청자가 한 호흡 쉬며 재몰입할 수 있도록 배려합니다. 영화의 마지막은 화려한 클라이맥스보다는 묵직한 침묵과 여운으로 마무리되며, 관객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당신은 무엇을 짓고, 무엇을 허물며 살아왔는가?'


영화 '브루탈리스트' 공식 포스터. 어두운 배경 위에 세로 분할된 프레임 속 인물 셋의 모습이 배치되어 있으며, 각각 가이 피어스, 애드리언 브로디, 펠리시티 존스가 연기한 캐릭터가 진지한 표정으로 전면을 응시하고 있다. 상단에는 '기념비적인 영화'라는 극찬과 함께 아카데미 10개 부문 노미네이트, 골든글로브 3개 부문 수상 등의 수상 이력이 강조되어 있다. 하단에는 영화 제목 '브루탈리스트'와 개봉일 '2월 12일 극장 대개봉'이라는 문구가 삽입되어 있다.
출처: CGV 공식 홈페이지( https://www.cgv.co.kr)



이 영화는 한 개인의 삶과 예술, 그리고 시대적 배경이 어우러진 깊이 있는 작품입니다. 건축을 몰라도, 이민자의 삶을 경험하지 않았더라도, 우리 모두가 살아가며 고민하는 선택과 갈등을 담고 있기 때문에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입니다. 영화가 끝난 후에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 여운은, 아마도 우리가 각자의 삶 속에서 끊임없이 무언가를 설계하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기 때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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